인구수 대비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이미 편의점 왕국 일본을 앞선 지 오래, 쉽게 말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2016~2017년, 한국 신규 점포가 연간 +1,200개 넘게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점포 증가세와 달리 정체되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가 지난 2015년에 깜짝 외형성장이 이뤄진 것은 고도성장기가 아니라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담뱃값 인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편의점 관련주 주가가 여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고축적, 그리고 가격 인상에 따른 P의 증가가 2015년 매출 성장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면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이미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게 맞다.
당시 주가가 코스피를 아웃퍼폼하면서 고공행진을 하던 터라 그런 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편의점 관련주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2014년부터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이전인 2017년까지는 이구동성으로 편의점 채널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호평했다.
증권사 리포트가 말 그대로 리포트이지 주가 예측하는 비밀의 문서는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결론이 상이하게 나올 수 있고, 상이한 결론은 사실 리포트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너무 빈번하다.
CU, GS25 연도별 점포 순증 및 매출액 성장률GS리테일 월봉 차트
일본에서도 편의점이 백화점 우위
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편의점 매출이 백화점 매출을 뛰어넘었고 2015년에는 편의점 매출이 백화점 매출에 150%를 넘어섰다. 한편, 일본의 초고령사회인 고령화율 20% 이상인 시기는 2005년부터로 추정된다.
나이 많은 고령자가 될수록 백화점보다 근거리이면서도 간편 물품 등을 취급하는 편의점을 더욱 많이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매우 상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고령자가 많은 사회에서 백화점 매출이 편의점 매출보다 저조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이런 고령자를 타겟팅한 제품을 내놓기도 하고, 잃어버린 경제 20년 동안 맞벌이 가구가 늘자 여성이 요리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HMR(가정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기도 한다. 일본에 다녀온 여행자라면 일본 편의점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우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일본 편의점 HMR은 매우 수준 높으며 한국 HMR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백화점 매출 추월한 일본 편의점 산업점심에 도시락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하는 일본인 문화
일본 백화점 총매출액은 2000년 10.1조엔을 기록한 이후 16년 연속 역성장을 거듭하며 2016년엔 6.0조 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업황 부진이 지속되자 백화점 업체들 간의 인수합병, 부실점포 폐점 등 구조조정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기업인 현대백화점도 2000년 초반부터 2012년까지 긴 호황을 누렸지만, 고령화 사회로 점차 접어들며 매출과 주가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2000년 이후 16년 연속 역성장중인 백화점 채널과 현대백화점 주가흐름
변화중인 편의점 시장 경쟁구도
아울러 일본 편의점 시장과 한국 편의점 시장 경쟁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Seven Eleven이라는 절대적인 1강(점유율 41%)과 Lawson( 점유율 20.5%), 훼미리마트(점유율 19%)의 2중 구도로 형성되어 있었으나, 4위 업체 Circle K Sunkus(점유율 9.6%)를 훼미리마트가 인수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2014년 이전까지 CU, GS25, 세븐일레븐의 3강 구도에서 2015년부터 CU와 GS25의 2강 구도로 변화해왔으며, 현재는 GS25, CU, 2강 체제와 세븐일레븐 1중 미니스톱, 이마트 24 2 약 체제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