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2023년 올해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매각, 그리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무슨내용을 다루는지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보험업법과 보험업법 개정안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그리고 일정한 보험료를 보험사에 지불하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받죠. 반면, 보험사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가 바로 현금흐름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를 크게 늘릴수 있습니다. 예컨대 세계최고 투자가로 알려진 워렌버핏은 보험사를 인수한뒤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좋은 주식을 매수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부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워렌버핏은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아무 데나 투자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험 고객들의 돈으로 투자한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안되겠죠. 최악의 경우엔 보험사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정부는 보험업법을 제정해 보험사들이 특정 회사에 편중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습니다. 흔히 '3% 룰’이라고 불리는데요. 보험회사가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는 보험업법을 보완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뜨거운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바 있습니다. 보험업법을 보완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데요.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건 이 법안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5억 주 넘게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는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약 8.51%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보험업법 3% 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상황입니다. 현재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요. 그 이유는 앞서 말한 ‘3% 룰’은 주식을 취득할 당시의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주식을 취득할 당시의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를 기준으로 해 3%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총자산과 자기자본의 경우에는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고,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금융사들은 모두 이런 3%룰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은 40여 년 전, 지금은 5~6만원에 거래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00원쯤 할 때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그래서 취득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20조원 정도 되니까 0.2%가 채 안 되는 상황, 당연히 ‘3% 룰’에도 안 걸립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의 핵심은 ‘3% 룰’의 기준을 취득 당시 주가가 아닌 현재 주가로 바꾸자는 겁니다. 2023년 1월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시장가치는 31조원 수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인 320조원의 9.6%에 달합니다. 그런데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를 초과하는 나머지 6.6%, 약 21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삼성생명이 약 21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누군가 매수해줘야 하는데 만약 장외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간을 정해 장내매도를 할수밖에 없고, 이 경우 상당한 물량이 매도로 쏟아져나와 주가가 내려갈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주들은 삼성생명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죠.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
또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로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은 모두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입니다. 그런데 삼성그룹을 이끄는 총수인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재용 회장은 어떻게 삼성그룹의 총수라 불릴 수 있는 걸까요? 먼저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약 18%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정도를 보유한 최대주주고요.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재용회장은 삼성생명 지분도 10.44% 보유중입니다. 그러니까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 삼성생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겁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 이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당장 힘을내지 못하는건 무엇보다 이 지배구조 문제가 가장 큽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입장
한편, 보험업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유독 보험사만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주요 금융회사들도 투자를 하고 자산을 불릴 때 여러 법의 제약을 받는데요. 이 법은 대부분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유독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취득 가격기준을 적용받는 거라 다른 금융회사들 입장에선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에 불만과 반대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삼성생명이 과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런데 이제 와서 법을 바꿔 강제로 주식을 팔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거고 삼성그룹을 해체시키겠다는것과 다름없다는 겁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처음 등장한 건 2014년입니다. 당시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서 국회를 통과하기는 역부족이었는데요. 그런데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이 법이 최근 들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최근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삼성생명 고객과 삼성전자 주주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